10.1990~1999
90년대는 커뮤니케이션의 발전과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으로 전 세계의 문화권이 하나로 묶어지면서 기존의 시 공간 개념을 바꾸어 놓았으며, 유행의 흐름도 빠르게 진행된다. 산업화와 물질문명의 오염에 대한 반발로 90년대를 대표하는 가장 큰 사회 • 문화적 흐름은 포스트 모더니즘이라고 할 수 있다. 80년대부터 시작된 포스트모더니즘은 문학, 예술, 철학, 학문 전반에 걸쳐서 큰 영향력을 발휘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한 정형이 없다는 것'이다. 패션과 메이크업도 복고주의와 장식성, 이분법적 사고의 해체를 통한 비주류 문화의 주류화, 동• 서양 패션의 조화, 이질적인 것들의 조화 등 새로운 방식으로 전개되기도 하고, 또 하나의 예술분 야로 발전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졌다. 또한 그동안 발전과 개발의 이름 아래 무시되어 왔던 환경 문제가 중요시되면서 80년대 말에 이어 '에콜로지풍'이 유행하게 되었고, 자연과 가까운 색상이나 자연스러운 메이크업, 패션이 유행하기도 하였다. 90년대 또 하나의 큰 특징으로는 10대들의 문화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그들만의 신세대 문화가 생성된 것을 들 수 있다.
패션
지구촌의 오염과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환경문제의 위기의식이 대두되면서 이러한 인식이 패션과 미용 분야에도 중요한 주제와 소재로 떠오르게 되었다. 자연과 과거에 대한 동경으로 천연소재의 자연스러운 질감과 색을 위주로 패션에 있어서 에콜로지풍과 에스닉풍, 복고풍 등이 등장하였다. 인터넷을 통해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컬렉션을 전 세계적으로 동시간대에 감상할 수 있게 되었고, 유행은 정보화 시대의 사회변화에 발맞추어 빠르게 진행되었다. 또한 깨끗하고 모던한 룩의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90년대를 대표하는 하나의 패션 사조로 등장하였다. 10대들의 패션은 미국의 하위문화에서 유래한 힙합 패션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가수 서태지의 힙합 음악과 함께 그들의 힙합 패션은 10대들의 우상이 되었다. 헐렁하고 바닥에 끌리는 길이의 진 바지, 원색 고무밴드 등은 힙합 패션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이들은 힙합 패션을 통해 그들만의 공감대를 가지고 학교와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감을 표현하고자 했다. 또한 90년대는 대담한 노출 패션이 등장하고, 기존의 정형적인 패션 스타일을 넘어선 예술적인 감각과 미래지향적인 사이버 감성을 가미한 아방가르드식의 패션이 과감하게 시도되었다.
헤어
90년대는 개성이 뚜렷해지면서 자유스러운 헤어컷과 헤어 컬러링이 눈에 띄게 다양해지고 보편화되었다. 블리치나 매쉬 등 부분 염색으로 각자의 취향을 표현하기도 하면서 헤어 컬러를 통한 새로운 패션문화가 생겨난다. 또한 여러 가지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의 증가로 패션가발과 '익스텐션(Extention'이 유행하였다.
90년대 초에는 60년대의 복고용 스타일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크라운 부위에 볼륨을 준 형태에 현대 적인 감각을 가미한 스타일이 유행했다. 세팅과 아이롱이 다시 등장하고 머리끝을 안 말음이나 바깥 말음으로 볼륨 있는 형태를 만들기도 했다. 헤어 컷은 여성스러우면서도 레이저를 이용하여 옆머리를 길고 부드럽게 늘어뜨린 디자인이 유행했다. 또 한편 다양한 컬의 파마머리, 젤이나 무스를 이용하여 자연스럽게 손질한 굵고 완만한 웨이브 스타일, 헤어핀이나 밴드로 장식한 머리 등 각자의 개성에 따라서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였다.
메이크업
90년대에 들어와서는 어떤 특정한 스타일의 메이크업이 강조되기보다는 다양한 스타일이 공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복고풍의 경향으로 과거 20~30년대의 눈썹 메이크업에서 50년대의 과장된 아이라인이나 히피풍의 흐린 립 메이크업 등 과거 여러 가지 형태의 메이크업이 개개인의 개성에 의해서 선택되었다. 내추럴 메이크업에서 파티나 모임을 위한 화려한 메이크업에 이르기까지 T• P• O에 따라서 적절한 메이크업 패턴을 선택하기도 하였다. 또한 에콜로지풍과 복고풍의 영향으로 화려한 원색보다는 그린이나 브라운 같은 자연색이 꾸준히 인기를 얻었다. 또한 10대에서 20대 초반 연령대를 중심으로는 누드메이크업(Nude Make-up)이 유행했다. 누드 메이크업은 내추럴 메이크업 보다 더 자연스럽게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피부의 투명감을 살렸고, 아이 메이크업도 흰색을 이용하여 신비스럽고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였다. 입술화장은 립글로스만 사용하여 질감만 주는 스타일로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90년대 말 무렵에는 미래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이 메이크업에도 반영되어 나타나면서 펄과 반짝이를 이용한 사이버 분위기의 메이크업이 인기를 얻었고, 나만의 독특한 메이크업이 중요시되면서 아방가르드식의 메이크업이 속속 등장했다. 아방가르드식의 메이크업은 아직 일상생활에서는 흔하지 않지 만 패션쇼 장이나 패션잡지 속의 모델, 연예인 등을 통해서 자주 등장했다. 앞으로는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에게까지 다른 형식의 메이크업이 점점 확산될 추세로 보인다. 이제 메이크업은 더 이상 여성들만의 장식을 위한 것이 아니라 페이스페인팅(Face Painting)이나 보디페인팅(Body Painting)같이 다양한 예술의 한 장르로서 또는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사용되면서 점점 그 형식이 자유로워지고 있다.